공지사항

작성자 admin 시간 2020-09-16 09: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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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법,건설산업기본법] 계약의 "일부 무효원칙"

우리나라의 ‘민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에는 일부 무효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법률의 일부 무효원칙과 계약의 일부 무효원칙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도 있다. 민법’에는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원칙적으로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해당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로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데(제137조), 이를 법률행위의 일부 무효원칙이라 한다.

 이에 대해, ‘건산법’은 공사계약에 있어서 일부 무효의 사유를 6개 항목으로 구체화하여 예시하고 있다(제22조). 그 첫째 사유는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하여 계약을 무효로 하고, 잔여부분은 계속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공사계약’의 일부 무효원칙이라 하고자 한다. 이렇게 보면, ‘민법’상 포괄적·규범적 법률행위 일부 무효원칙은 ‘건산법’에서 공사계약 일부 무효원칙으로 구체화·현업화(現業化)하였다고 할 수 있다.

‘건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계약금액의 변경’은 국가계약법령이나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 계약금액의 조정조항으로 진작부터 규정돼 있다. 즉, (1)설계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은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규정으로 명시돼 있고, (2)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은 물가변동 또는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본고에서 이를 ‘경제상황의 변동’이라 통칭함)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다.

 설계변경으로 인한 경우는 부분적일 수 있으나, 경제상황의 변동으로 인한 경우는 그 속성상 부분적이 아닌 거의 대부분 계약 전체와 연관되어 있어서 해당부분을 따로 떼어 논의할 성격이 아니다. 따라서 발주처가 계약의 이행 중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그 계약 전체를 무효로 하는 것이 되어, ‘해당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는 ‘건산법’의 규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는 계약의 무효조항은 아예 규정함이 없고, 단지 유사규정으로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조항이 있기는 하나, 그나마도 이 해지 또는 해제 사유에 계약금액조정의 불이행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계약예규에 의하면, 계약금액조정 사유가 발생할 경우 시공자는 조정신청을 하며, 발주처가 그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분쟁은 계약당사자가 협의하여 해결하되,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때에는 법원의 판결 또는 ‘중재법’에 의한 중재에 따르도록 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러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산법’에서는 계약금액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여 해당부분을 무효로 하고 있음으로 인해, 계약예규 내지 국가계약법령과 뚜렷한 충돌이 있을 뿐만 아니라, 논리상으로도 심한 불합리성이 있다. 계약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재판이나 중재의 결과에 따라야 하는 것이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효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계약의 이행 중 계약의 무효는, 비록 그것이 일부 무효라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설계변경이나 경제상황의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하여 해당부분을 무효로 한다면 살아남을 계약이 없고, 또한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한 쌍방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종전금액 즉, 조정되기 이전의 금액을 기초로 하여 우선 계약을 이행하고 그에 대하여는 분쟁조항을 적용하여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분쟁처리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계약금액을 조정하고, 조정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이를테면 이자벌과금 등으로 보전(補塡)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건설경제신문2020.09.15​ 

          박준기 前 중앙대 건설대학원 겸임교수